차세대 발사체 키우는 한화 "우주에 9000억 투입"

입력 2024-02-22 17:19   수정 2024-02-23 01:30


지난 20일 삼엄한 보안 속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을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대형 태극기였다. 국가 우주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공장도 정문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이 회사의 우주 분야 플래그십 공장인 한국형소형발사체(KSLV) 조립동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이 탄생한 곳으로 그간 총 46기의 엔진이 제작됐다. 이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사체 엔진 제작 공정만 458개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들의 표정에선 우주 발사체를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누리호 엔진은 초고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특수 소재를 써야 한다. 부품 가공도 만만찮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인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해서다. 온도가 1도라도 상승하거나 금형에 미세한 틈이라도 발생하면 정밀 조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되는 6기의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누리호 1단 로켓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높이 3m, 직경 1.9m의 누리호 액체로켓엔진은 등유(케로신)와 -183도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연소가 시작되면 엔진 연소실 내부 온도는 3000도까지 치솟는다. -183도에서 3000도까지 극한의 온도 차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액체로켓엔진 개발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구조가 복잡해서다. 75t급 엔진 조립을 위해선 2400여 개의 부품을 사용해 총 458개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높은 수준의 정밀함도 필수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여러 밸브와 부품이 순서대로 정확히 작동해야 엔진이 점화된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초당 255㎏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키기 때문에 순서가 조금만 어긋나도 폭발할 수 있다.

엔진 1기를 조립하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린다.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1호기 엔진을 조립할 때보다 조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계열사들과 ‘우주 연합군’ 구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쎄트렉아이 대전 본사에선 세계 최고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T’가 제작되고 있다. 2025년 발사될 예정인 스페이스아이-T는 대당 가격이 1억달러(약 1330억원) 내외로, 가로·세로 30㎝가량의 물체를 하나의 화소로 인식하는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현존 위성 중 최고 수준의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 인공위성 제작실은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전자광학(EO), 적외선(IR),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 사업을 합해 ‘스페이스 허브 조직’을 만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를, 쎄트렉아이와 한화시스템이 인공위성과 위성 서비스를 맡는다. 장기적으로 우주탐사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웹 3428억원, 시마론 1096억원, 카이메타 470억원, 쎄트렉아이 1089억원 등 우주 산업에 총 8940억원을 투자했다.

1차 목표는 스페이스X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발사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액체로켓엔진 제작, 누리호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발사 서비스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러시아 소유스나 인도 지상 발사체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면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원=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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